"임상 3상 실패, 엔젠시스 실패 아냐…중국 임상 성공 기원"

입력 2024-01-22 08:29   수정 2024-01-23 13:53



지난 달 헬릭스미스의 최대주주가 바이오솔루션으로 바뀌며 신약개발에 대한 계획이 완전히 바뀌었다. 선도 후보물질이었던 엔젠시스에 대한 자체 임상을 중단하고, 의약품개발위탁생산(CDMO) 사업과 비임상시험수탁(CRO)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비용을 최소화하고 빠르게 수익이 나는 사업분야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로써 ‘엔젠시스’ 임상에 대한 열쇠는 온전히 중국 바이오업체 노스랜드 바이오텍으로 넘어갔다. 임상 3상 결과는 내달 나올 예정이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부회장 겸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최근 인터뷰를 갖고 “노스랜드의 임상이 꼭 성공해 신약개발에 매진한 25년이 결실을 맺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DPN 임상 3상 안할 것"
김 부회장은 겉으로 크게 드러내진 않았지만 언뜻 지쳐 보였고, 한 편으론 홀가분해 보이기도 했다. 헬릭스미스가 보유한 현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었던 엔젠시스의 미국 임상 3상의 톱라인 결과가 공시된 건 지난 3일. 결과는 실패였다. 하지만 임상연구도 멈춰서면서 자금조달에 대한 압박감도 사라졌다. 유상증자는 그간 마땅한 현금 창출 수단이 없는 헬릭스미스에게 거의 유일한 자금조달원이었다.

임상 실패 공시 내용은 당뇨병 때문에 신경에 생긴 염증으로 심각한 통증을 느끼는 당뇨병성 신경병증(DPN)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 결과였다. 1차 평가지표였던 통증 개선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가짜약 대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는 성적표를 받았다.

김 부회장은 “환자 개개인으로 보면 투약 후 반영구적으로 통증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사례도 있는 만큼 약의 효과는 분명히 있다”면서도 “임상 성패를 가르는 1차 평가지표를 달성하지 못해 중언부언하지 않고 실패라고 공시했다”고 했다. 이어 “실패가 맞다”고 재차 강조했다.

최근 발표한 내용은 주요 평가지표에 대한 톱라인 결과다. 세부 내용은 최종 결과가 나와봐야 안다. 김 부회장은 “실패 원인을 알려면 분석을 더 해봐야하지만 코로나19 유행으로 임상 환자 관리가 어려웠으며 이때 발생한 데이터 잡음(noise)이 결과에 악영향을 줬다고 조심스레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DPN 임상 3상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환자가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통증 정도가 평가지표라는 점에서 진통제 임상은 정말 어렵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이번 임상 실패가 엔젠시스의 실패 아냐
김 부회장은 이번 임상 실패가 ‘엔젠시스’의 실패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DPN이라는 적응증을 대상으로 한 임상의 실패라는 것이다. 헬릭스미스로부터 2004년 엔젠시스를 기술도입한 중국 기업 노스랜드바이오텍은 엔젠시스 후보물질 하나로 중국 증시에 상장해 19일 기준 시가총액이 8524억원에 이른다.

노스랜드는 또 다른 당뇨 관련 중증질환인 중증하지허혈(CLI)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중증하지허혈은 하지(다리) 혈관의 협착이나 폐쇄로 피가 통하지 않는 것으로 조직이 괴사에 이를 수 있다. 중증 당뇨환자들이 발가락이나 발목을 자르게 되는 원인이다.

김 부회장은 “통증을 평가한 DPN 임상과 달리 CLI는 조직이 회복되는 것을 평가지표로 해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며 임상 2상 결과가 좋아 기대가 크다”고 했다.

CLI가 엔젠시스의 작용기전과도 가장 잘 맞는다고도 했다. 엔젠시스는 플라스미드에 혈관생성을 유도하는 간세포성장인자(HGF) 유전자를 넣은 유전자치료제다. 혈관생성을 유도해 허혈증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현지에서 노스랜드의 높은 시가총액이 유지되고 있는 까닭도 중국 예상 환자 수가 50만명으로 연간 1조5000억원 이상 매출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상 3상 성공 후 상용화시 헬릭스미스는 노스랜드로부터 로열티를 수령할 수 있다. 이어 “노스랜드는 엔젠시스에 대한 중국지역의 권리만을 양도받은 것이기 때문에 이외 지역에 대한 사업권을 다른 제약사와 논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상개발 매진하느라 회사의 지속성을 생각 못해"
김 부회장은 25년 간 신약개발에 매진해오면서 헬릭스미스의 재무적 지속가능성을 깊게 생각하지 못한 점을 가장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전문가를 제대로 등용하지 못해 재무전략에 실패했었다”고 반성하기도 했다.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재무와 경영은 전문가에게 맡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오솔루션의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적극 찬성한다고 했다. 그는 “마곡에 사옥을 짓겠다고 했을 때 시장의 반발이 컸다”면서도 “당시부터 구상했던 게 CDMO 및 비임상 CRO사업이었다”고 했다. 이어 “본래 하려고 했으나 못한 사업인 만큼 최대주주가 된 바이오솔루션에서 잘 이끌어줄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끝으로 김 부회장은 엔젠시스 외 남은 후보물질들이 사장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고백했다. 헬릭스미스는 플라스미드에 기반한 엔젠시스 외에도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 기반의 루게릭병(ALS) 치료제 NM301, 심혈관계질환 치료제 NM102 등 전임상 단계 후보물질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후보물질의 옥석을 가려 기술이전하는 등으로 신약개발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2024년 1월 22일 08시29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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